제주 여행 (2)
다음 목적지는 피닉스 아일랜드.
다다오와 보타의 건물로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느낌은...?
글쎄...
섭지코지의 예전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두 인공적인 모습으로 탈바꿈 해버렸더라.
예전엔 그 모습이 아니었는데...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라고 하니, 영~ 맘에 들지 않아서 그냥 밖에서 잠시 건물 구경만 하고 돌아갔다.
이건 좀 아쉽다.
개발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
뭐가 정답일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그대로 둘 만한 것들은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회색 빛 하늘에 회색 빛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보니, 웬지 더 칙칙해져보이더라는...ㅡㅡ그래도 이 건물에서 재밌었던 건,
노출 콘크리트가 갖는 밋밋함을 커튼 색을 통해서 엑센트를 주었던 것.
하지만...개인적으로 건물에는 좀 실망.
글래스 하우스가 좋다고는 하던데...그건 입장료 내고 들어가야 해서 패스.
피닉스 아일랜드 구경은 대충 관두고,
그 근처에 있던 바다에서 잠시 쉬었다.
아이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엄마와, 커플 샷을 찍기 위해 타이머를 맞추던 두 사람.
차라리 그들의 풍경이 리조트의 모습보다 더 따뜻하고 인상에 남았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김영갑씨는 충남 부여 출생이지만, 어느 날 제주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갔다가 제주에 완전히 빠져서
아예 제주에서 나머지 삶을 보내며, 가장 제주다운 모습을 담아내었던 사진가다.
루게릭 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던, 그의 자취가 담겨있는 곳.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가장 제주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곳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이곳에서 보는 제주는 관광지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입구 표지판이 재밌다.
제일 처음 전시되어 있던 김영갑씨의 사진집에서 맘에 든 글귀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나다움...
갤러리 내부는 아기자기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김영갑씨가 담은 제주의 하늘이다.
내가 생각하던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아닌...
시시각각 모두 다른 모습을 한, 조금은 우울해보이던 하늘의 모습들.
제주 친구가 그랬다.
내가 파란 하늘을 보고 싶은데, 날씨가 흐린 건 싫다고 했더니...
흐리고, 변덕스런 하늘이 가장 제주다운 하늘이라고.
그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여기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렇구나...제주의 진짜 모습은.
갤러리에 있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그렇게 먹먹해졌는지...
그의 영혼이 느껴졌다.
사.진.에.서.
몇 번의 사진전을 간 적이 있긴 했지만, 이토록 먹먹했던 느낌은 처음이었다.
한 장, 한 장.
어찌보면 투박한 풍경일 수 있는데도,
그가 얼마나 제주를 사랑했는지, 열정을 갖고 있었는지, 그걸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 느낄 수 있었기에 그런 건지.
그 절절함이 너무나 강하게 느껴져서, 갤러리를 나와서도 한참동안 감정을 추스릴 수가 없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돌아가던 길에 만났던 중산간 도로에서의 제주 풍경.
낮게 깔린 구름이 더더욱 묘한 느낌을 주었던 곳.
이런 것이 제주의 하늘일까?
저녁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싱싱한 회도 먹고, 생생하게 사는 얘기도 나누고
노래방도 가고, 꼼장어도 먹고 아주 잘~ 놀았다..^^
이렇게 첫 날 여정 마무리.
흐린 하늘의 제주도 멋지지만, 내일은 맑은 하늘이기를 내심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