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자석

mistwoo 2007. 11. 25. 00:09



캐스팅 : 김영민, 정원조, 김동현, 곽자형

9살, 19살, 29살의 시간을 넘나들며 절묘한 연출로 극을 끌어가는 연극 "나쁜 자석"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동화쓰기만큼은 남달랐던 원석이 9살의 그들을 만나,

19살에 폐교에 방화를 하고 바다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친구들은 각기 흩어져 버리고 10년이 지난 29살, 원석을 기억하기 위해 이들은 다시 만난다.

연극은 두 개의 동화를 들려준다.

하늘 정원과 나쁜 자석.

이 두 동화가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의 가장 큰 힌트일텐데

사실 하늘정원에 대한 얘기는 이 연극에서 말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모든 것이 황금으로 되어 있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황금으로 치장되지 않은 소녀에게 반한 임금이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였으나,

그 소녀 또한 황금으로 치장되게 되었을 때, 그 소녀는 황금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임금은 너무나 슬펐고, 그녀를 위해 꽃이 가득한 하늘 정원을 꾸미지만,

사람들은 그 하늘정원에 돌을 던진다.

그렇게 돌로 하늘정원이 파괴되었을 때, 사람들이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린다.

자석들이 사는 나라.

그들은 서로를 안을 수가 없다.

자석은 같은 자석끼리 밀어낼 수 밖에 없는 성질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으나,

한 자석은 소녀 자석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성을 버리는 나쁜 자석이 됨으로써 그녀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으나,

그들이 자신을 밀어낼 것이라 여긴 원석.

그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폐교에 방화를 하고, 자신을 바다에 던짐으로써 나쁜 자석이 되면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기를 희망했는지 모른다.

그러나...과연 그가 기억되었을까?

그의 죽음에 대한 세 친구들의 각기 다른 반응.

죄책감에 시달리는 민호,

원석이 남기고 간 동화를 출판해 돈을 벌게 된 은철,

그저 어렸을 적 친구라고만 기억하는 봉구.

그들이 원석의 죽음이후 10년이 지난 뒤 옛 일들을 기억하는 동안.

그들은 서로를 철저히 밀어낸다.

예전엔 둘도 없이 친밀했던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만다.

그렇게 싸움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봉구가 만든 기계에서 날리는 꽃비로 극은 마감한다.

한편으론 연극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도 싶지만.

극을 보는 내내 참 마음이 아렸다.

배우들이 흐느껴 울 때, 그 아픔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불거졌다.

원석이 왜 그토록 외롭게 남겨질 수 밖에 없었는지 짧은 이야기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외로움이 전해져 와서 참 마음이 아팠다.

그들의 싸움이 정점에 이르렀던 순간 내렸던 꽃비는

나쁜 자석이 된 원석이 보내준 화해의 손길이었을까?

암튼, 다소 내용이 쉽지만은 않은 연극이었지만,

시간이 교차되는 처리며, 무대,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던 나름 좋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