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첫눈을 기다리며

mistwoo 2007. 11. 19. 16:55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 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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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 내일 중으로 첫눈이 올지도 모른단다.

점심 때까지도 말갛던 하늘이

갑자기 잔뜩 찌푸러진 걸 보면 정말 뭐라도 내릴 것 같긴 하다.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첫눈에 대한 설레임이 있는 걸 보면

아직 완전히 늙은 것 같지는 않다...^^

올해 첫눈은 정말로 혼자서 맞이하게 될 것 같구나.

예전에, 예전에...

첫눈 아~~주 많이 오던 날...

종합운동장 스탠드를 따라 걷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무언가 우리를 누르던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걸으면서 기분 풀었던 것 같은데...

안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은 걸러지고,

그 때 그렇게 걸었던 기억만 나는 걸 보면

사람은 기억을 자신이 원하는 것만 재배치하나 보다.

어쩌면...지금의 이 순간들도...

언젠가는 그렇게 느껴질 날이 올거라는 것이

유일한 기대이다.

혹여 내가 잠든 사이에 말고,

퇴근 길이라도, 아님 낼 출근 길이라도 첫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거기는 여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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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첫눈이 오긴 왔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