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쐬기
아직은 봄꽃이 만발하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봄임을 느끼게 해줬던 일요일의 짧은 출타.
따뜻한 햇살이, 이제는 부드럽게 느껴지는 바람이 봄이구나, 다시 살아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던 시간.
하지만...너무 주변이 아름다우면 때론 외로움이 더 커지는 듯도 싶다.
생각이 깊어지게 하지 말고, 그냥...이쁘다는 것까지만 느끼자!
언제봐도 반가운 봄 꽃망울들.
산수유랑, 진달래랑 살짝살짝 고개 내밀기 시작했다.
다음주쯤이면 만발할지도 모르겠다.
목련도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아마...얘들은 다음주에 오면 이미 다 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봄꽃들은 아름다운만큼 아쉬움을 남기며 너무 빨리 저버린다.
봄날을 즐기는 사람들.
망원렌즈를 가져올걸 하는 아쉬움이 내내 남았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표정들이 너무 많았는데...직접 다가가서 찍었다간 엄마들한테 맞을 것 같더라..ㅋ
올림픽공원에서는 항상 모델이 되는 나무.
줌이 모자라서,크롭으로.
나무그늘 아래 할아버지 한분이 자리를 잡으셨었는데,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라고, 관리하시는 분께 바로 저지 당하셨다..ㅋ
평생을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봄이 다 오지는 않은 듯.
그래도...차가운 느낌보다는 이제는 따스함이 더 커지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저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단 말이냐...ㅡㅡ
내가 서울에서 가장 싫어하는 가로 부분이 바로 여기 올림픽공원 근처다!
어떻게 저런 병풍을 만들어버렸는지...쩝.
그래도...도심속에서나마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건 작은 행복이겠지.
아주 옅게 물들어 있는 나무의 초록색...아니 연두색.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의 색깔.
오랜만에 혼자서 천천히 걸어봤던 듯 싶다.
너무 오랜만이라, 다소 낯설기도 하고, 왁자한 사람들 속에 웬지 모를 허전함도 느껴지긴 하더라.
다시...혼자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