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3월 제주(2)

mistwoo 2018. 7. 28. 21:45

첫 날은 더 없이 맑은 하늘이더니,

둘째 날은 비가 오네.

밖으로 다니기엔 애매할 것 같아서 숙소에서 가까운 이중섭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으나...

너무 유명세를 타서인가.

주차장이 만차!!


헉....그럼 어디로 가야하나...하다가 생각난 곳.

예전에 갔었던 김영갑 갤러리를 가보기로 했다.

서귀포에서는 꽤 거리가 있지만.

어차피 표선에 있는 언니를 데리러 가야 하니 방향은 괜찮다.



한...10년만에 찾았던가?

예전에 사진을 통해 알게 된 제주 친구가 소개해줘서 알게 된 김영갑.

그 때만 해도 막 개관했을 때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제주의 하늘이 일반적으로 관광객이 생각하던 그 새파란 하늘이 아님을.

김영갑씨의 사진 속 하늘은 변화무쌍한 제주를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가 타계했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들이 없을테고...

그럼 봤던 사진들일텐데.

다시 올만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그건 기우였을 뿐.

다시 본 작품들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때는 그저 놀러오기 좋은 제주로 알던 내가

꽤 긴 시간 자주 제주로 오면서

제주에 있는 지인들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제주의 진짜 매력을 느끼면서

사진 또한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 봤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제주의 바람.하늘.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긴 기다림을 했을 작가의 노력.

그리고...그렇게 제주의 진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건 제주를 정말 사랑했던 작가의 진심 때문이라는 공감.

천천히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웬지 모를 울컥거림도 있었다.

이 아름다운 제주가 오래도록 좋은 모습으로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이미 작가가 찍었던 풍경에는 이질적인 것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유명세와 더불어 전시회를 보는 매너가 부족한 관광객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건 NG!

아이가 시끄럽게 떠드는 데도 그냥 두는 부모.

옆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아...여기서 이러심 안됩니다!!!



진한 여운을 남기며 밖으로 나오니

내린 비 덕분에 수선화의 색감이 돌담과 어울리며 선명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갤러리 뒤편에는 이런 셀프 까페가 있다.

3,000원이던가? 금액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알아서 돈통에 넣고.

차나 커피를 마시는 컵은 직접 씻어서 두는 시스템.

몰상식한 사람들은 없겠지?



작품에서 너무 큰 감명을 받아

바로 질러버린 작품집과 그의 에세이집.

아주~~~ 만족스럽다.

그는 여기에 없지만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남겠구나...하는 생각에....

살아서는 참 많이 고생을 했다는데...

묘한...감정이 교차했다.



늘 그렇듯 제주에서의 마지막 1박2일은 나의 지인들과 함께.

언니네 집은 애월쪽인데, 여기는 파~란 하늘이네.

언니네 집 옥상에서 본 한라산.

이후에는 바로 지인들과 파티 모드...ㅎㅎ

홀짝홀짝 먹다 피곤해서 일찌감치 잠자리로~~



다음 날은 조카들 책 반납을 위해 애월도서관으로.

앗!!! 여기 우리 고모부 책이 두 권이나 소장되어 있네..ㅋ

"건너간다"와 "폐허를 보다"

노동 소설이라 잘 읽히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도서관에 있다니 신기하고 반갑네.



도서관 뒤편에 있던 운동장.

파란 바다와 하늘. 운동장 잔디와 트랙의 색감이 참 잘어울린다.

제주의 흔한 사회 체육시설 클래스....ㅋㅋ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잠시 들른 아이스크림 까페.

알라스카 인 제주.

창으로 보여지는 풍광이 예쁘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창밖을 보고 있는 곰인형 두 마리도 보인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스크림 완전 맛남!!!!



까페 앞 바다에서 내가 사랑하는 나무와 열매.

바다를 사랑하고 순수한 제주 아이들.

그러나...이제 슬슬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ㅋ

이모를 잔소리꾼으로 만들어버리는 나무.



마지막 아쉬움을 하귀-애월간 해안도로를 달리며 달래본다.


아....근 5개월만에 다녀온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

그 때 다녀온 느낌이 참 좋았었는데.


제주는 항상 그리움이다.


그런데...제주만...다니다 보니 내륙의 다른 곳들을 갈 엄두가 안나네..ㅎ

차 막히고 사람 북적이는 곳에 갈 엄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