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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woo 2019. 2. 19. 07:14

20년지기 친구 중의 하나가 결혼 날짜를 잡았다며 쑥스럽게 얘기했다.

그 친구는 정말이지 결혼은 안 할 것 같았던 친구였는데 말이지.
대학시절부터 해온 오랜 연애 생활을 입사와 함께 끝내고
혼자서 참 잘도 돌아다니던 친구였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 안 가본 곳이 없는.
심지어 히말라야도.
그 모든 곳들을 대부분 혼자 다녔던 친구다.
비박과 낚시같은 역시 혼자 하는 취미를 가졌던 친구.
남자이기에 여자인 나보다는 홀로 다니는데 더 제약이 없음에
항상 나의 부러움을 샀던 친구.

그런 그가 어느 날
마흔이 훌쩍 넘어선 어느 날.
문득 외로움이 느껴지더란다.
혼자 있는 시간에 너무나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순간 느껴지는 그 외로움 이후에는 사람이 그립더란다.
늦은 나이지만 몇 번의 연애 끝에 마음이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
프로포즈 했단다.
이제는 아이를 여럿 갖고 싶기도 하단다.

그 친구의 그런 얘기들이 처음은 아니다.
몇 해전부터 문득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긴 했었으니까.

그 친구를 보며 문득 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생활이 시작된 건 그 친구보다 늦었지만
난 이제 그 친구보다 훨씬 더 익숙해진 느낌.
얼마전 짧은 연애 기간을 청산한 것도
내가 열정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혼자인게 낫다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예전처럼 내 혼을 빼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자는 더 강해지고
남자는 약해진다라고들 하던데
그런건가....

혼자가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혼자인 시간 외에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문득...어느 날. 그 친구들이 모두 나 결혼해. 라는 말을 건넨다면
축하도 하겠지만
아쉬움과 허전함이 함께 들 것 같다.

.......

꽤 긴 글을 쓰고 보니 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건지 ㅋ
그 친구의 좋은 소식이 뭔가 표현하기 힘든 느낌과 생각이 들게 하긴 했나보다.

아뭏든 그래도 진심으로 축하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