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제주(1)
보고 싶다는 언니, 오빠의 말에 바로 비행기 예약부터 했다.
마침 추석 연휴 이후에 단체연차이기도 해서 조금은 여유 있는 일정으로 고고~
늘 그렇듯 제주에 올 때는 딱히 계획을 세우고 오진 않는다.
내가 제주에 오는 이유는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러 오는 것이고,
여행은 잠시 짬이 날 때 곁들여지는 것이기에.
이번에도 별다른 계획 없이 기왕 온 김에 바다의 일몰을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 하고,
일몰 포인트를 어디서 볼 것인가에 따라
가는 길에 휘휘 둘러볼만 한 곳에 잠시 멈출 생각으로 무작정 운전을 시작했다.
오래 전에 즐겨 찾던 하귀-애월간 해안도로.
예전 한적할 때는 오랜 시간 차를 세워두고 정자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이것저것 까페도 많이 들어서고 사람도 많아져서 거의 멈추지 않게 된다.
그래도 이 날은 파란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뻐서 잠시 멈춰 한 컷 남기고 갔다.
좋아하던 정자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서로 닮은 바다와 하늘을 보며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한참을 있던 곳인데
바다와 하늘은 그대로인데 까페와 펜션으로 가득해진 주변 풍경이 아쉽게 느껴진다.
일몰 보러 가기 전 먼저 찾은 곳은 판포 포구.
지금은 포구 안 쪽으로 배가 들어오지는 않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게 되었단다.
적당히 깊고 넓어서 물놀이 하기에 제격인듯.
9월임에도 따뜻한 날씨 덕에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즌에는 미어터질 듯 하다. ㅎㅎ
포구 주변의 해안을 따라 걸으면 시원스런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놀이도 하고, 바다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제법 좋은 곳인 듯.
나중에 여름에 오게 된다면 꼭 와서 물놀이 하다 가고 싶은 곳.
해안가 한 켠에서 보여진 이 물막이의 용도는 모르겠지만,
가둬진 물이 보여주는 색감이 너른 바다와는 다른 에메랄드 빛이라 눈길을 끌었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잠시 쉬었다 가보기 위해 들른 까페.
낮에는 주로 물놀이 하는 사람들에게 구명조끼나 샤워시설을 제공하는 게 주 업무이신 듯 하고
밤이 되면 음악과 함께 나름 운치 있게 느껴질 듯한 분위기.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한라봉 주스 한잔.
맥주 먹으면 딱!! 인 분위기인데, 운전 때문에 주스로 해야 하는 아쉬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저지 오름.
오름 초입의 모습은 이렇다.
딱히 여기를 보고 싶어 오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몰 포인트로 가는 길에 있는 오름을 찾았던 게지.
30분 정도 올랐을까?
그닥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오름답게 조금만 올라가도 멋진 풍광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저지 오름의 특징은 분화구 안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가면 분화구가 보인다는 것.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분화구 안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다만, 기껏 올라왔다가 이런 계단을 내려가서 다시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ㅎㅎ
하지만 내려갔을 때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울창한 숲과 새소리가 들려오는 편안한 느낌은 아주 좋았다는.
저지오름을 오를 때 주의할 점.
이 이정표가 나왔을 때 바로 앞에 보이는 저 길로 올라가면 한참을 오름 둘레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300m쯤 가서 오름 전망대를 향해서 올라가야 수고로움이 덜하다는.
길을 잘못 들은 본인의 경험이다 ㅎㅎ
여기는 금능 해수욕장.
일몰 포인트를 향해 가다가 그냥 들러본 곳.
해수욕장 바로 주변은 사람들과 차로 넘쳐나서 접근하지 못하고
좀 떨어진 곳에서 풍경 감상.
몇몇 사람들이 열심히 바위 틈에서 뭔가를 찾고 있길래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이런 고동과 보말들이 가득했던 곳.
돌만 들추면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 보인다.
드디어 일몰 포인트 도착!
오늘의 일몰 포인트는 협재 해수욕장이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일몰을 기다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바다가 보이는 까페에 자리를 잡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중.
운전을 해야하긴 하지만,
한참 있다 갈 예정이니, 아주 작은 제주 에일 한 병으로 나름 분위기 잡아봤다. ㅎㅎ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한다.
지는 해 빛을 가득 받은 풍경들은 눈부신 색감들을 보여준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협재의 일몰.
황홀경에 빠져 오래도록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다른 바다의 일몰과는 달리,
물이 빠졌을 때 협재 해변 깊은 곳까지 나아가서 보다 보니
바로 곁에 있는 바다와 해변, 그리고 일몰이 보여주는 모습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던 듯 하다.
아직도 해가 지던 그 모습.
바로 옆에서 느껴지던 파도와 바닷바람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