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2018.03.11 본문
지난 3월에 일기장에 썼던 글을 이제사 남겨본다.
시작이 혼자였으니 끝도 혼자다.
울음으로 시작된 세상, 웃음으로 끝내기 위해 하나에 몰입했다.
흙으로 돌아가, 나무가 되고 풀이 되어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소망했다.
대지의 흙은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눈부시게 만드는 생명의 기운이다.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이다.
만 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中
지난 주말 찾았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시간을 되짚어보니 2009년 이후 9년만이다.
그 때 현준이가 추천해서 갔던 곳.
당시에는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 둘러메고 다닐 때이니
사진 작가의 작품이나 보러 다녀온다는 생각에서 찾았을 것이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그 때의 느낌.
이번에 갔다가 여운이 큰 것은
그 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고, 조금 더 그의 배경을 알고 작품을 봐서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의 블로그를 보니 그 때도 먹먹함, 사진에서 느껴지는 그의 울림을 느꼈었네.
살다보면...이리저리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이번에 느꼈던 감정도 희미해지고 아득해질 때가 있겠지.
아마도 그럴 것 같네.
평생 남을 만한 감정은 쉽사리 오지 않는 것일테니
훗날 감정이 아스라해진다 해도
이번에 느꼈던 감정들을 조금 더 음미해보고 싶다.
2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시청하며 작가를 좀 더 상상할 수 있었다.
카메라 덜렁메고 무작정 기다린 모습.
순간순간 자연의 황홀경에 매료된 모습.
홀로 있어야 했던 시간들에 대한 지독한 외로움.
그 속에서 유일한 위로가 되고 목적이 되었던 제주의 하늘, 바람, 오름
그의 사진은 기교가 거의 없어보인다.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진인데도 마치 풍경화 같은 느낌이다.
그의 사진에는 빛과 바람이 있다.
절묘한 빛의 향연,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서만 보여주는 빛과 어둠(그림자)이 공존하는 풍경들.
세찬 바람이 느껴지는 사진들.
진정 제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랜 시간 제주에 있었기에 포착 가능했던 순간들.
무엇보다 긴 기다림.
그 찰나를 위해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바쳤던 그였기에 가능했던 사진들.
사진에서 제주의 진짜 모습도 보였지만,
무엇보다 그의 외로움이, 고독이 느껴졌다.
바람부는 오름 언덕에서 오롯이 혼자 셔터를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을 그가 떠올려졌다.
굳이 왜 그렇게 했냐고 작가에게 묻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묻고 싶지 않다.
그게....그의 숙명이고 운명이었는지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처음 찾았을 때 느꼈던 먹먹함보다는
이번에 찾아서 느낀 감정을 더 오래도록 기억할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
나 또한 딱히 제주가 왜 좋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다른 장소와는 확연히 다르기도 하지만,
그냥...거기서 맞는 바람이 좋다.
지난 여름 홀로 올레길을 걷다가 무 밭에서 맞았던 그 바람의 상쾌함.
다음 번 제주를 찾을 때는 오름을 찾아봐야겠다.
천천히 걸으면서, 바람도 맞아가며, 비도 맞아가며
온전히 나와 제주 바람만의 데이트를 즐겨봐야겠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 김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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