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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아빠의 기록 본문

아빠의 기록

mistwoo 2018. 8. 26. 08:52


2년전 짧은 휴가기간으로 인해 어디 갈 엄두는 못 내고 집에서 보냈을 때
우연히 서랍에서 발견했던 아빠의 기록들.
2013년이면 아픔을 발견하기 전이다.
빼곡한 일정들.
한달 동안 딱 2번 쉬셨네.
우리 아빠는 참 꼼꼼한 분이셨다.
기록도 그렇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시는 것도
심지어 청소도.
그런 아빠의 면을 내가 닮은 듯.
물론 아빠를 따라갈 수 없지만.
저 기록들을 하셨던 건
훗날 딸이 시골에 내려와 살게 될 지도 모르니
그 때 계절 변화며 시기에 따라 뭘 해야할지 참고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잔 걸치셨을 때 살짝 속내를 비치셨었다.
자랑스럽게 보여주시던 아빠의 농사 노트.


그 빼곡했던 일정이 2014년에는 듬성듬성해졌다.
병원에서 선고를 받고 나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받았던 항암치료가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던 때.
몸 좀 나아지시자마자 바로 또 일하시는 모드.
좀 쉬시라니까...


2016년 1월.
가시기 바로 3주전까지의 기록이 있다.
택배발송.
몸도 안 좋은 데 그만 좀 하시라 했건만
약속한 물량은 보내줘야지 했던.

생의 마지막까지도 참 열심히 사셨던 분이다.
우리 아빠는.
부모님 동생들을 포함해서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고
회사분들도 집에 오시면 아빠의 업무 능력에 엄지를 치켜주셨었고
그러면서도 본인이 하고 싶었던 귀농 생활 계획만큼은 철저히 이뤄내셨던 분.
하지만 참...쉬고 놀고는 할 줄 모르셨다.
유일한 놀이는 사랑하는 딸래미와 기울이는 술 한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술 한잔.
이런 걸 보면 쉴 줄 모르는 모습만 빼면
난 참 아빠를 많이 닮았다.
심지어 식성도 체형도 똑같았다.
그래서인지 딸이 커가면서 아빠와 딸은 친구처럼 잘 지냈었다.
엄마가 섭섭해할만큼.

세상에서 내 가장 좋은 친구이자
진짜진짜 내 편이었던
아빠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다...

———————-
페북에서 과거의 오늘에 떠버린 사진 덕에
아빠에 대해 추억해보는 건 좋은 데
아침부터 가슴이 메어지네.
아빠야...꿈에 한 번 놀러오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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