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문득...바다가 보고 싶어서. 본문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차갑지만, 시원스럽게 느껴지는 바닷 바람을 맞고 싶었고,
파도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해가 떨어지면서 바다가 그려내는 분홍빛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을왕리로 무작정 차를 돌렸다.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해는 어느 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가다가 되돌아오게 되더라도 일단 갈 때까지 가보자하는 심정으로, 엑셀에 힘을 주었다.
다행히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바다의 분홍빛은 그날을 기억하게 한다.
물보라를 일으키던 바다의 소리는 꾹꾹 눌러두었던 무언가를 털어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바다가 보고 싶은 건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저들은 나와 똑같은 풍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석양이 만들어낸 오묘한 색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분홍빛은 더 분홍빛답게, 파란 바다는 낮에는 볼 수 없는 묘한 파란색으로.
그 모습이 주던 황홀경에 잠시 빠졌었다.
잠시나마, 정말 잠시나마 차가운 바닷 바람에, 파도 소리에 정신을 깨울 수 있었던 듯.
답답한 속이 시원하게 뚫어지는 느낌.
이제...겨울도 다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한동안 이 차갑고 시원한 느낌의 바다는 볼 수 없겠지.
그래도...마지막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어.
이렇게 가까운 곳에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다행이었고.
하지만...내가 그리던 그 분홍빛은 아니었다.
그 날의 분홍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