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2017년 6월 제주(4) 본문
산방산 등산은 실패고, 이제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까 하다가.
올레10길 중 동알오름에서 섯알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해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눈에 띈 서핑족들.
여기는 파도가 높은 구간은 아니라서 전문가들이 있는 곳은 아닌 듯하고.
초보자들이 일어서기를 배우는 곳인가 보더군.
동알 오름을 오르는 초입 풍경.
여느 오름과 비슷한 모습.
유난히 나즈막한 오름이다.
물론...여기가 동알오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지도앱에서 그렇다고 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올라갔다..^^;;
송악산에서 바라본 모습과는 또다른 산방산쪽 풍경.
반대편은 이런 풍경.
아...여기 의외로 괜찮네.
이 풍경을 양쪽에 두고, 한가운데 서있는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서 햇빛이 내리쬐고 있어도 전혀 덥지 않았다.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가며 눈앞에 보여지는 풍경에 흠뻑 젖어들 준비
올레길 답게 가는 곳마다 다른 모습들.
이런 좁은 숲길도 중간중간 지나가게 된다.
키가 작은 나조차도 고개를 숙일 만큼 낮았던 구간도 있었고,
뚱뚱한 사람은 못 지날 것만 같았던 좁은 길도 있었다.
올레길 중간에 있던 일제고사포 진지.
우리 나라 역사 중 가장 암울했던 그 시기의 흔적이 이 외딴 곳에 이렇게 있다니.
좀 더 지나가다 보면 제주 4.3 사건 당시 마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총살을 하고,
사체들을 그대로 던졌다는 곳이 나온다.
너무나도 아팠던, 지금도 끝나지 않은 그 날의 기억 장소가 여기에 있었다.
웬지....이 근처를 지날 때는 마음도 아프고, 괜스레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그들의 처참함이 느껴지는 듯 해서.
이 올레길을 걷는 중 가장 좋았던 장소.
누군가의 무밭에 활짝 피었던 꽃들이 보여주던 황홀했던 모습과 시원하게 불어오던 바람.
여기서 한참을 혼자 팔벌리고 마냥 서 있었다.
그냥....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바람 느낌도...바람에 흔들리던 무꽃들의 순수함도.
산방산 사진 정말 열심히도 찍었다.
너 이렇게 매력있어도 되는거야!!!
바다와 함께 한 모습도 좋지만, 초록빛 들판과 함께 보여지는 모습도 예쁘다.
지나가다 마주친 나비도 한번 쭉~ 줌 당겨서 찍어줬다.
이번 카메라의 가장 맘에 드는 점.
컴팩트한 사이즈면서 망원 수준의 줌을 자랑한다는 것.
화질은 좀 아쉽지만 이 하나로 후회하지 않아.
이렇게 첫 날 일정을 마무리 한다.
아주 오랜만에...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오로지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집중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밝은 햇살 샤워 제대로 하면서,
그냥 모든 게 좋고, 아름다워 보였던 시간을 보내봤다.
그냥....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뭔가 대단한 것을 본 것도,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닐텐데도.
그냥....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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