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오랜만에 휴식 모드(3) 본문
추석이니 차례를 지내야지.
아빠 없이 맞는 두 번째 추석.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차례 지내는 순서가 헷갈린다.
아빠에게 올리는 잔은 내가 음복.
울엄마는 혼자서 참....고생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찾아서.
할머니의 봉분은 아빠가 특히나 정성을 기울인 덕분인지 동그랗게 예쁘다.
할머니...아빠랑 재미나게 놀고 있으신교?
아빠한테도 가봐야 하는데...이번 추석 때는 여력이 없었네...
아빠가 없으니 친척들도 잠깐 인사만 하고 일찌감치 가시고
나 홀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낮 맥주, 음악 그리고...오랜만에 꺼내든 책과 함께.
아...그런데...책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이런 풍경.
당췌...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저...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느낌.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비행기가 다 지나가네.
이 동네에 웬 비행기일까?
암튼...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집 마당 끝에 핀 꽃들과 시골 동네 풍경이 좋다.
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동화같지 않겠지만.
풍경은 평화로운 동화 속 느낌이다.
고추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빠가 가시고 나서, 동네 어르신 분이 대신 농사를 짓고 계시는데,
병이 들어서 고추대는 키가 자라지도 않고, 수확할 고추는 거의 없고 온통 병든 까만 고추들 뿐.
고추밭은 관리하지 않아서 잡초가 무성해지고.
아빠가 농사하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은 단 한번도 이렇게 된 적이 없었는데...
올해 기후가 안 좋았다고는 하지만, 그 동안 더 안 좋을 때도 항상 우리 밭은 괜찮았었는데
얼마만큼 아빠가 열심이었는지 새삼 느껴지네.
아빠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도 석양은 참 아름답게 진다.
문득...예전에 여름 휴가 때 왔을 때...
이 즈음의 시간에 딸래미 붕어탕 해주신다고 직접 잡아오신 붕어를 수돗가에서 손질하시던 아빠에 대한 기억이 생각났다.
그 때도...딱 이런 하늘이었다.
휘엉청 둥근 보름달은 볼 수 없는 추석이었다.
구름에 가려져 흐릿해진 모습.
그래도...가려져 있더라도 항상 그곳에 있는 거니까.
그런 것처럼...늘 우리와 함께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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