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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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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mistwoo 2007. 5. 1. 20:16

갑자기 맘이 동해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한가득 남아있는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비온뒤 개어가는 날씨만큼이나 기분 상쾌해지며,

발길을 돌리다보니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늘상 누비고 다녔던

오래된 시장 앞에까지 왔다.

그런데...

세월이 그만큼 흘렀기 때문일까.

그곳은 예전의 기억을 몇 자락 겨우 부여잡으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도로확장공사라는 명목에 반 이상이 뭉툭 잘려버린 시장.

그나마 남아있는 상점들엔 얼굴 한 가득 근심을 담은 어르신네들.

예전에 무척이나 북적이던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져 있었다.

이 좁은 시장길을 지나노라면 항상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혔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문을 닫은 가게가 더 많다.

황량한 느낌마저 들어버리게 된 이 골목을 보니 웬지 맘 한구석이 짠해져왔다.

솥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고,

후끈한 순대국의 열기와

걸쭉한 막걸리 냄새에 대낮부터 아저씨들의 왁자한 소리가 함께 했었던 곳인데.

주인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으려나?

어디선가는 큰 불이 났었나보다.

적적한 시장골목에, 스산함까지 더해줬던...

옛것들에서 오는 익숙함이 좋고,

거기에 담겨져 있는 추억을 곱씹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왁자하게 몰려다니고,

고3때 입맛없다고 엄마에게 투정부리면 여기와서 해삼이며, 멍게를 사주셨었고,

슬리퍼라도 신고나간 날엔 시장바닥의 질펀한 비린내 섞인 구정물이 튀어 짜증내기도 했고,

고소한 튀김 냄새며, 순대, 떡볶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었다.

그 시장이 이제 그 모습을 다 지워가고 있다는 것이 참 아쉽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편리하고 깨끗한 것들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겠지만

요즘은 대형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가고 있다지만

요즘들어 새삼 재래시장 장보기에 맛들린 나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느낌이다.

그리고...추억에 대한 기억이 이제는 내 가슴에만 묻어놔야 한다는 것도 아쉽고.

또...그 안에서 숨쉬며 생활했던 많은 어르신네들이 이제 어디로 가서 둥지를 틀어야할지도 걱정스럽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묵직했던

짧은 오후의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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