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그리고 주절거림
2018년 12월 제주(2) 본문
매번 벼르고 벼르던 오름 오르기.
올 때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지난 여름 새별오름 짧게 오른 것 말고는 통 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여유있는 일정 덕에 꼭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 먹은 사라오름으로 향했다.
흐릿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쾌청!
며칠 동안 날씨가 따뜻했던 탓에 눈 쌓인 한라산을 볼 수는 없었지만,
산행 초보인 내가 혼자서 오르기에는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었던 듯.
성판악에서 시작하는 사라오름 코스는 이런 길을 한 2시간 정도 올라간다.
비교적 경사가 없어 무난해 보이기도 하지만,
온통 돌 밭이라 긴 시간을 걷기에는 무릎이 너무 아프...ㅠ.ㅠ
겨울이라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가득하니 파란 하늘이 보여서 오르기에는 더 기분 좋았던 듯.
혼자 가도 무섭지 않았고.
바닥에 깔린 이끼가 나무를 감싸며 옷을 입은 듯 하다.
하늘을 보면 이런 뷰가 짠~
내가 넘나 좋아하는 뷰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앙상한 겨울 나무가지들이 보여주는 선들의 조합.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바람.
바람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는 구름을 통해 알 수 있음.
중간중간 잠시 멈춰서서 바람을 느끼며 서 있곤 했다.
길에 들어섰을 때 환한 느낌과 함깨 주변 이름 모를 풀들이 나무와 너무 잘 어울려서 탄성을 자아냈던 곳.
그런데...이런 길도 계속되니 약간 지루해지기도 하더군..ㅋ
거의 중반 이후로 들어섰을 때는 이전과는 다른 전나무, 삼나무 숲이 떡.
원래 요 나무들은 한라산 정통 나무들이 아닌데 어찌 여기에 있는지.
이것도 일제 시절에 심어놨던 걸까?
드뎌 사라오름 초입 산정호수 도착!!
물이 금방 빠진다더니 마침 내가 갔을땐 바닥을 드런 내 호수.
아...이건 내가 상상하던 모습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햇살 받아 반짝 거리던 조금 남은 물빛은 예뻤다.
그렇게....산정호수에 대한 실망을 참고 꾸역꾸역 정상 전망대로 갔더니 아니 이럴수가!!!
너무 멋지잖아!!!
한라산에서 가장 가까운 오름이라는 사라오름답게 맑은 날에는 시야가 뻥~
구름이 거북이처럼 기어간다.
한쪽은 한라산 정상도 가까이 보이고.
그러나...저기까지 올라가는데도 2시간이 더 걸리기에 망설임 없이 포기.
이런 데는 파노라마뷰 함 찍워줘야지.
"우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본 풍경인데,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어 아쉽. 나의 내공 부족을 다시 한 번 느낀다..ㅡㅡ
산 아래쪽으로 보여지는 겨울나무 숲들도 멋지다.
더 오랜 시간 느끼면서 있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쎄서 추워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아쉽.
내려오는 길에는 지루함의 연속.
올라갈 때 봤던 풍경들이니 새로운 감흥도 없고.
홀로 내려가자니 심심하기도 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걸은 덕에 다리는 아파 죽겠고....
한라산은 가급적 자제하고 낮은 오름을 주로 공략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 속에 한 듯..ㅋ
왕복 4시간 30분의 산행이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개인적으로는 사라오름 코스보다는 영실 코스가 더 좋은 듯 하다.
경사가 심해서 시간은 짧아도 힘은 더 들긴 하지만
올라가는 동안 계속 변화되는 풍경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듯.
아침도 대충 빵으로 떼우고 산행 후에는 배고파 죽는 줄.
날이 추우니 생각난 보말 칼국수로 늦은 점심.
교래 칼국수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맛은 쏘쏘.
예전에 오름나그네에서 먹었던 칼국수가 짱이었으나, 거기까지 가기엔 배고픔을 참을수가 없었다.
오름 이후 완전히 지쳐서 예약해둔 숙소로 향하는데...
천지연 폭포쪽을 잡는다는 것이 천제연 폭포로 잘못 보고 잡아서 엄한 중문으로...ㅋ
천지연 폭포 근처에 멋진 석양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석양이고 뭐고, 숙소 도착해서는 노곤해서 바로 뻗어서 잠들어버림.
다시 일어나니 이미 한밤중.
문득 올려다 본 달이 슈퍼문 수준으로 커서 어떻게든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으나 삼각대 없이는 역시나 무리.
그래도 달의 표면이 보이긴 하네.
정말정말 크고 환한 달이었다.
아...오름을 올랐다는 것이 몸은 피곤해도 웬지 뿌듯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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